테마 관련 저명인사 만남 가장 보통의 존재가
건네는 위로

음악계와 문학계 모두 베스트셀러를 남긴 이석원 작가가 지난해 12월 신간 <2인조>를 선보였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인 ‘내’가 스스로를 따뜻하게 위로해내는 방법을 찾아낸 이석원 작가를 <따뜻:한난>이 만나봤다.

글 김영은, 사진 이석원 제공

Q. <따뜻:한난> 독자분들에게 인간 이석원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서른여덟 되던 해, 첫 책을 낸 이후로 지금까지 모두 여섯 권의 책을 낸 ‘작가’ 이석원입니다. ‘작가’가 된 지 벌써 십 년이 되었네요. 저는 그동안 주로 ‘관계’에 대한 글을 써왔습니다. 가족, 친구, 연인, 타인… 내가 아닌 사람들과의 갈등, 고민, 그리움, 행복 등이 제 이야기의 화두였습니다.

Q. 새로운 산문집 <2인조>도 타인들의 존재에 대한 글일까요? 책이 출간된 지 두 달 정도 지났는데, 요즘에는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2인조>는 기존의 책들과 다르게 타인들의 존재가 유의미하게 등장하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저 자신과의 이야기만을 담았습니다. 일상 속 스트레스에 지쳐 몸도 마음도 무거워져버린 제 자신을 일으키기 위해 보낸 지난 일 년간의 시간을 글로 옮겼습니다. 그리고 책을 ‘써냄’으로써 작가의 할 일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랍니다. (웃음) 새로운 책을 알리고, 판매하는 것도 작가의 일이기 때문이니까요. 그래서 요즘은 이러한 후작업을 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인터뷰를 즐겨하는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인연이 닿아 이렇게 <따뜻:한난>과 인터뷰를 하게 되었네요. 저는 이런 방식으로 독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Q. 책의 부제가 ‘우리는 누구나 날 때부터 2인조다’네요. 타인의 존재가 유의미하게 등장하지 않는 <2인조>이니, 부제에도 ‘나’에 대한 이야기를 담으신 것 같네요. 그동안 저는 타인과 세상의 시선만 좇으며 살았지, 제 스스로에는 무관심했습니다. 마음의 치료가 필요한 지경이 되고 나서야 제 인생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달았습니다.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나 자신과 잘 지내는 일이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요. <2인조>는 늦게나마 저 자신과의 화해를 시도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우리는 종종 결코 잃을 수 없는 내 편이 하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은 채 살아가는 거 같습니다.

Q. 그렇다면 나 자신과 잘 지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자신’에 대해 잘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에 대해 잘 알려면 먼저 관심을 가져야겠죠. 관심이란 것은 애정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제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야만 스스로를 알고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될 겁니다. 그것이 나 자신과 잘 지내기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고 할 수 있죠.

Q. ‘이석원 2인조’는 서로를 꽤 따뜻하게 대하고 있나요? 2인조 말고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중한 관계는 누구인가요? 최근에는 책에 쓰인 것처럼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봐줄까를 염려하기보단 제가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사는 것이죠. 그렇다보니 질문해주신 것처럼 요즘에는 제 자신을 꽤 따뜻하게 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책을 쓰면서 아니, 이 책에 담긴 ‘일 년간의 시간들’을 겪으면서 얻은 교훈이라면 교훈이죠. 또 재산이라면 재산이고요. ‘이석원 2인조’ 말고도 생각할수록 마음이 따뜻해지는 관계는 아무래도 가족과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평소 많은 이들과 어울려 지내지 않는 편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항상 주위에 있는 가까운 이들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성의를 다하려 노력합니다.

Q. 10년 전 ‘무명의 작가’라는 타이틀을 걸고 낸 데뷔작 <보통의 존재>의 이석원과 지금의 이석원. 어떤 것이 달라졌을까요? 새로운 작품을 낼 때 항상 전작과 다른 무언가를 담으려고 노력합니다. 사람으로서도 늘 변화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에 아마 그간 많은 것이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일단 <보통의 존재>의 삼십대 후반이라는 나이와 <2인조>의 사십대 후반이라는 나이의 간극이 가장 크게 느껴지고요. 관계, 일, 재정, 철학 등 삶의 여러 부분에 대한 저의 생각과 태도도 달라진 점이 많습니다. 뭐랄까. 좀 더 여유 있고 건강해졌다고나 할까요? 특히 <2인조>를 내고 나서는 “책에 쓴 대로 살자”라는 신조가 생겼습니다. 고로 생전 하지 않던 ‘나 스스로 칭찬하기’ 등을 실천하며 살기도 하는 등 달라진 모습들이 많은 것 같네요.

Q. <2인조> 속 ‘나를 살리기 위한 지침 다섯 가지’를 잘 유지하고 계신 거 같네요. 최근 자신에게는 어떤 선물을 하셨는지 궁금해요. 생의 반환점을 넘기고 지나온 삶을 돌아보다 보니, 다가올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갈지 도모하게 됐습니다. 책에 나온 ‘나를 살리기 위한 지침 다섯 가지’도 그 도모의 결과지요. 나쁜 습관을 버리고, 좋은 습관을 들이는 ‘나를 살리는 습관’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그 중 네 번째에 해당하는 ‘선물’이라면, 매일 저녁 그날 하루를 열심히 보낸 대가로 제게 따뜻하고 맛있는 빵을 선물합니다. 좀 큰일을 마쳤을 때는 옷을 선물하고요. (웃음)

Q.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일들이 있나요? 최근에는 그간 많은 사랑을 받았던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을 중쇄 하기로 해, 개정판의 후반 작업을 하느라 분주합니다. 출간된 지 만 2년, 햇수로는 3년이 된 책을 아직 찾아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제게는 정말로 기쁜 일이기 때문에 당분간 이 일에 매진할 생각입니다. 물론 신 간 <2인조>에 대한 수정 작업도 계속 진행 중입니다.

Q. 이번 겨울 꽤 추웠는데요. 건강하고, 따뜻하게 겨울을 보내는 작가님만의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저는 항상 체온 유지에 특별히 신경을 쓰는 편이랍니다. 평소 비염을 앓고 있기도 하고,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늘 산책을 즐기는 편이기 때문이죠. 때문에 체온을 따뜻하게 하는 데 각별히 신경을 쓰는데요. 저만의 방법이랄 것은 없지만, 여느 사람들처럼 어느 때보다 옷을 더 두껍게 껴입고, 또 난방비를 아끼지 않는 것이지요.

Q. 마지막으로 <따뜻:한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신가요? 사실 제가 인터뷰를 즐겨하는 편은 아니라고 앞서 말씀드렸는데요. ‘난방’이라는 것이 제 삶에 있어서 너무나 중요한 부분이라 꽤 반가워서 덥석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잘 알다시피 인류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코로나19 팬데믹이 우리를 덮쳤죠. 또 앞으로도 기후위기로 인해 많은 시련이 예상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봄여름가을겨울 할 것 없이 언제나 마음이 따뜻한 채로 살아가는 일이 중요하고 또 절실해진 것 같습니다. 아무리 거리를 두어도 어찌 되었건 우리는 밀접하게 서로 연결된 채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죠. 결국 바이러스를 물리칠 수 있는 것도 집단면역인 것처럼요. 때문에 늘, 서로 연대하고 서로 힘을 북돋우며 따뜻하게 살아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